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부활절2

“죽어보지 않았던 사람이 죽음에 대해 말하지 말라.” ■ 죽음 앞에서 침묵하는 철학 ㅡ“죽어보지 않았던 사람이 죽음에 대해 말하지 말라.” “죽어보지 않았던 사람이 죽음에 대해 말하지 말라.”짧지만 날카롭다. 이 말은 죽음을 관념의 언어로만 다뤄온 철학에 대한 근원적 반문이자, 인간 인식의 한계를 직시하는 통찰이다. 과거 수많은 철학자가 죽음에 대해 성찰했다. 플라톤은 영혼의 해방이라 했고, 하이데거는 죽음을 ‘가능성 중 가장 고유한 가능성’이라 규정했다. 장 폴 사르트르는 무(無)의 침묵으로 이해했으며, 톨스토이는 죽음을 통해 삶의 의미를 역으로 비추었다. 하지만 그 누구도 죽음을 경험한 자로서 말하지는 않았다. 모두가 언저리에서 서성이며 그 너머를 가늠했을 뿐이다.죽음은 인간의 지성과 언어로는 완전히 해.. 2025. 4. 25.
부활절에 즈음하여 ■ 부활절에 즈음하여 김왕식이른 봄, 대지의 언 저리에서 아직 겨울이 남은 바람이 불어온다.그 바람 속에도 분명한 떨림이 있다. 죽음의 침묵을 뚫고 피어오르는 생명의 신음. 부활절은 바로 그 떨림 위에 선 절기다. 무덤이라는 종착지에서 다시 열리는 시작, 끝이라 여긴 절망이 기어코 희망으로 바뀌는 날. 세상의 모든 닫힌 문 앞에서, 그리스도의 빈 무덤은 여전히 열려 있다.기독교 신앙의 심장은 십자가 위의 고통이 아니라, 그 고통을 딛고 일어난 부활에 있다. 부활이 없다면, 피 흘림은 하나의 비극으로 끝날 것이다. 그러나 사흘 만에 무덤을 비우고 일어나신 그분의 발자취는, 인류의 역사에 단 한 번, 생명이 죽음을 거슬러 선례.. 2025. 4. 25.